제주돌고래 긴급구조단 보도자료 (2025년 6월 12일) “제2의 ‘종달이’를 막기 위해: 해양생물 얽힘 대응 시스템과 실효성 있는 보호 정책을 시급히 마련하라”
[종달이 낚싯줄 얽힘 대응 경과 일지]
2023년 11월 8일 낚싯줄에 얽힌 새끼 남방큰돌고래(이하 ‘종달이’) 최초 발견 2024년 1월 29일 1차 낚싯줄 절단 2024년 8월 16일 2차 낚싯줄 절단 2025년 3월 9일 종달이 상태 악화 확인 → 해양수산부에 추가 대응 방안 협의 요청 2025년 3월 24일 추가 대응을 위한 구조 전문가 회의 개최 2025년 3월 25일 해양수산부에 구조 승인 및 현장 계도 요청 2025년 5월 14일 재차 낚싯줄에 얽힌 상태로 발견 2025년 5월 15일 긴급 대응 시도 → 종달이 실종 확인
낚싯줄에 얽힌 새끼 남방큰돌고래 ‘종달이’, 구조 시도 1년 8개월 만에 사라지다
2023년 11월, 낚싯줄에 얽힌 채 발견된 새끼 남방큰돌고래 ‘종달이’는 국내 최초 야생 돌고래 해상 얽힘 대응의 시작이었습니다. 제주돌고래긴급구조단(이하 ‘구조단’)은 종달이 첫 발견 후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낚싯줄 일부를 제거했으며, 이후 9개월간 종달이 상태를 면밀히 관찰했습니다.
그러나 2025년 5월 14일 오후, 종달이는 다시 또 다른 낚싯줄에 감긴 채 발견되었습니다. 발견 당시, 종달이는 얼굴부터 꼬리까지 낚싯줄에 얽히고설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꼬리지느러미 또한 거의 움직이지 않는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구조단은 상황을 확인한 즉시, 얽힘으로 인해 그간 종달이가 받아온 누적된 신체 손상과 당시의 현장 상황의 긴급성을 고려해, 해양수산부에 긴급 구조 승인을 요청했습니다. 동시에 수의사와 해양동물구조치료기관, 구조단 인력과 장비, 선박을 신속히 확보해 대응에 착수했고, 다음 날인 5월 15일 새벽, 긴급 구조를 시도했지만 끝내 종달이를 찾지 못했습니다. 특히 종달이 어미 '김리'가 종달이 없이 다른 무리와 함께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종달이를 구조할 마지막 기회마저 사라졌음이 분명해졌습니다. 안타깝게도 어미와 떨어져 실종된 종달이는 결국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2의 종달이’는 언제든 나타날 수 있습니다
종달이가 자주 머물던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노을해안로 앞바다는 해양보호생물 남방큰돌고래의 주요 서식지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무분별한 갯바위 낚시가 성행하며, 해녀와 돌고래가 함께 활동하는 연안에는 버려지거나 유실된 낚시 장비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특히 일부 구간에서는 해안가에 위치한 육상양식장에서 가져온 넙치를 생미끼로 사용하는 찌낚시도 이뤄집니다. 문제는, 돌고래가 지나는 와중에도 낚싯대를 거두지 않거나 낚싯줄을 돌고래 쪽으로 던지는 무책임한 행위까지 확인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종달이 몸에 추가로 감긴 낚싯줄에도 찌와 함께 생미끼로 쓰인 넙치가 매달려 있어, 이러한 행위가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졌음을 짐작케 합니다. 지난 10년간 제주 바다에서는 낚싯줄에 얽힌 돌고래가 해마다 발견되고 있으며, 이처럼 낚시로 인한 해양생물·서식 환경 파괴가 여전히 심각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상처 입은 종달이 주변으로 관광선박이 무리하게 접근하여, 이는 이미 위태로운 종달이와 다른 남방큰돌고래들에게 지속적인 스트레스이자 위협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무분별한 선박 운항, 연안 오염, 해양쓰레기 등의 문제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적절한 제도적 대응이 미흡하며 남방큰돌고래의 서식 환경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미비한 제도가 남긴 과제: 얽힘 대응 시스템 구축
종달이 상태를 계속 주시하던 구조단은 지난 3월 9일, 유영에 어려움을 겪는 등 상태가 악화된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곧바로 해양수산부에 추가 구조의 시급성을 알리고 즉각적인 대응 방안 마련을 재차 건의했습니다. 그러나 명확한 절차와 권한, 예산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끝내 실질적인 조치는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지금 당장 구조에 나서지 않으면 늦을 수 있다”는 절박한 판단이 있었으나, 제도적 한계로 인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처럼 미흡한 국내 야생 돌고래 해상 얽힘 대응 체계는 종달이 발견 당시부터 구조 활동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쳤습니다.
2023년 11월 종달이가 처음 발견되었을 당시, 국내에는 야생 돌고래 얽힘 해상 대응에 관한 표준 매뉴얼조차 없었습니다. 구조단은 해외 전문기관의 자문과 자료를 참고해, 구조 장비를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현장 상황에 맞는 구조 절차를 임시로 수립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구조활동에 필요한 경비마저 민간 후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여러 기관 간 유기적인 협력 또한 쉽지 않아 구조 활동 내내 난항을 겪었습니다.
이번 종달이 구조 사례는 우리에게 분명한 과제를 남겼습니다. 체계적인 매뉴얼과 지원, 그리고 기관 간 신속한 소통이 부족했던 점이 대응의 한계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의 미비는 결국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2의 종달이’를 막기 위해서는 신속한 구조 승인 절차 마련, 현장 상황에 맞는 표준 매뉴얼과 정기적인 훈련 체계 구축, 지역 기반의 전문 구조팀 육성, 그리고 민간·정부·전문가가 실시간으로 협력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안정적인 예산 마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해양보호구역, ‘실질적인 보호’ 시급하다
2024년, 남방큰돌고래의 주요 서식지인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노을해안로 앞바다 중 일부인 신도리 해역(2.36㎢)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러나 남방큰돌고래는 신도리 해역뿐만 아니라 노을해안로 연안 그리고 구좌읍과 성산읍 일대에서 자주 발견되고 있습니다. 해양보호구역 지정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돌고래가 실제로 이용하는 주 서식지 전체를 포괄적으로 보호해야 합니다.
명목상 구역 지정만으로는 해양생물의 생명을 온전히 지키기 어렵습니다. 돌고래가 살아가는 바다 전역을 포함하는 실질적인 보호와 함께, 생태계를 위협하는 선박관광과 낚시어선을 이용한 불법 돌고래 관광, 무분별한 낚시 등 인간 활동에 대한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규제 및 관리 조치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합니다.(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