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 성명서] 연안풍력 지으면서 돌고래 보호한다는 뻔뻔한 제주도정
최근 제주도정이 또다시 대정해상풍력발전 시범지구 지정계획(안) 주민 열람공고를 냈다. 그런데 이 사업은 먼 바다에 짓는 해상풍력발전이라기 보다는 해안선에서 불과 1~2km 떨어진 곳에 건설하는 ‘연안풍력’ 사업으로서, 이미 2020년 제주도의회가 주민수용성을 얻지 못해 부결시킨 바 있다. 그 이유는 어업과 레저 등 인간의 다양한 활동이 벌어지는 곳을 대규모 풍력발전단지가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되고, 전자기장과 고압 송전선로가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문제와 함께 연안정착성 해양포유류인 남방큰돌고래 서식처를 심각하게 파괴한다는 측면에서 제주도민들이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이격거리가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아 해안선에서 너무나 가까운 연안에 최대 크기 250m에 달하는 5.56MW급 발전기 18기를 건설하는 기존 사업 계획에서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고 세부 내용이 하나도 변경된 것이 없는 가운데 제주도정이 이미 폐기된 계획을 다시 들고 나와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만약 대정해상풍력이 부유식 발전으로 사업 내용을 완전히 변경하거나 사업 위치를 해안선에서 10km 정도 이격한 곳으로 크게 변경하여 연안 생태계와 연안정착성 해양포유류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한 채 진행하기로 하였다면 제주도정이 다시 주민 의견을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계획이나 내용 변경 없이 이미 도민이 거부한 사업을 그대로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은 ‘도민 주권’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바뀐 것이 있다면 대정해상풍력 측에서 개별 보상금 지급을 약속하면서 동일리 주민을 회유하여 2023년 부결된 주민총회 의사를 2024년 총회에서 돈으로 뒤집었다는 점과 사업예정지에서 직선거리로 약 8.6km 정도 떨어진 대정읍 신도리 해역이 2025년 남방큰돌고래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사실 모두 대정해상풍력을 원안 그대로 추진할 수 없다는 점을 더욱 명확히 하고 있음도 분명하다.
또한 대정해상풍력발전단지가 공사에 들어갈 경우 미치게 될 부정적인 영향은 대정읍 해양생태계 전반에 이르게 될 것이므로 일부 마을 주민총회 결과만으로 이 사업을 원안 그대로 재추진하는 것도 맞지 않다. 육지 행정구역이 동일리이더라도 마을어장을 벗어난 바다의 풍력발전지구는 일과리, 하모리를 넘어 대정읍 일대에 넓게 걸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어느 한 마을이 찬성했다고 해서 전체 도민의 의사를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 이미 도의회의 반대로 종결된 사업을 일부 주민들에 대한 보상금 지급이라는 우회경로를 통해 재추진하는 것 역시 심각한 결격사유에 해당한다.
얼마 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끝난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오영훈 제주도정은 세미 맹그로브 숲 조성,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남방큰돌고래 보호, 에너지 전환 등 제주의 사례를 발표해 참가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며 자화자찬하였는데, 제주 남방큰돌고래 주요 서식처 한복판을 대규모 발전단지로 만들어버리는 공사를 계획하고 추진하는 제주도가 어떻게 돌고래를 보호한다고 전 세계에 대놓고 말할 수 있는지 참 뻔뻔하다. 제주도가 공공주도 사업으로 홍보하며 추진 중인 한동평대해상풍력 역시 남방큰돌고래들의 또 다른 주요 서식처인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평대리 연안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된다면 제주 동쪽 지역에서 남방큰돌고래들은 지금처럼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것도 분명한데, 이에 대해서 제주도는 어떤 보호 대책을 갖고 있는가?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시끌벅적하게 사람들 불러 모아 플로깅이나 한다고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중을 동원한 홍보사업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서식처 보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제주도정이 깨닫기 바란다. 기존에 부결된 안과 완전히 동일한 사업을 2025년에 재추진하면서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는 것도 주민들 사이에 잦아들었던 다시 갈등을 촉발시키는 잘못된 행정임을 알아야 한다. 대정읍 앞바다에서는 지난 추석 연휴 기간 레저객들을 태운 채 4~5척이 동시에 모여 돌고래들에게 너무나 가까이 다가가는 바다낚시어선들이 여러 차례 목격되었다. 수중에 버려진 폐낚시도구와 살아있는 넙치를 미끼로 사용하는 대물낚시도 여전히 돌고래들에게는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제주도가 요란한 생색은 그만 내고 돌고래들을 위협하고 괴롭히는 선박관광 금지, 낚시제한구역 확대, 연안풍력발전 중단 및 해양생물보호구역 확대 등 실질적인 남방큰돌고래 보호대책을 추진하길 간곡히 촉구한다. 그래야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도입이 의미를 가질 것이며, 최소한 국제사회에 나가 지방정부 주도로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10월 13일 핫핑크돌핀스